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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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무엇인가요? 신용화폐는 좋은 돈인가요?

돈은 - 가치 저장 수단 (store of value) - 교환의 매개체 (medium of exchange) - 가치 측정 수단 (unit of account) 입니다. 신용화폐는 교환의 매개체나 가치 측정 수단으로서의 역할은 잘 수행하는 편이지만,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합니다. 현재 인류가 가장 신뢰하고 있는 신용화폐인 달러도, 닉슨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1971년 이래로 90%의 구매력을 잃었습니다. 이는, 만약 당신이 1971년에 $10,000를 금고에 두고 지금까지 그대로 둔 상태라면, 현재 그 구매력은 그 당시 기준의 $1,000에 불과한 수준으로 줄어있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9,000만큼의 구매력은 어디로 갔을까요? 방만한 정부재정지출과 '올바른 가치저장' 역할을 수행하는 자산들을 소지한 사람들의 구매력으로 흘러들어간 것입니다. 물론 은행에 예금해두었다면 이자를 받았겠죠. 하지만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이래로, 2008년 양적완화를 시작한 이래로 시작된 통화가치의 절하 속도는 은행 이자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달러 정도면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편입니다. 우리는 이미 조선시대의 당백전,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아르헨티나, 페루, 터키, 독일 등 수많은 극심한 인플레이션 ~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사례들을 알고 있고 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모든 신용화폐의 구매력은 중앙은행과 국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더 찍어내는지, 신뢰를 잃는지 속도의 차이일 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드시 그 본질적 가치인 0에 수렴합니다. 왜 신용화폐는 끊임없이 구매력을 잃는 것일까요? 신용화폐는 실물 재화에 뒷받침받지 않는 단순한 종이, 내지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화나 비트코인과는 달리 발행하는데 거의 아무런 노력과 에너지가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용화폐의 가치가 0이 되기 전까지는, 즉 특정 사회의 사람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동안에는 발권력을 가진 기관은 반드시 마음껏 더 찍어서 '공짜 돈'을 사용하려는 욕구를 절대 거부하지 못합니다. 사과가 10개가 있고, 화폐가 10이 있습니다. 장사꾼은 사과 1개당 1에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화폐 10이 추가로 공급되어 총 화폐가 20이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사꾼이 과연 사과를 여전히 1개당 1에 팔고 싶을까요? 즉시 가격을 2로 올리게 될 것입니다. 간단한 사실이지만, 역사는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정말 정직한 방식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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