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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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란 무엇인가요? 왜 탈중앙화된 돈이 필요할까요?
탈중앙화는 중앙 집권적인 권한이 없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토렌트가 대표적인 탈중앙화 시스템입니다. 토렌트에선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앙 서버 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노드가 클라이언트이자 동시에 서버가 되어 그들이 다운로드했던 파일들에 대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다시 다른 노드들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의 장점은, 파일을 제공하는 단일 서버가 없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상당부분이 마비되거나 해당 파일에 대한 다운로드를 제공하기를 거부하더라도 여전히 토렌트 시스템 전체적으로는 해당 파일에 대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네트워크 참여자 중 어떤 노드든 그때 그때 주변의 가용 노드를 찾아서 본인이 클라이언트가 되거나 서버가 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의 좌측과 같은 형태로 구성된 시스템을 망가트리려면 단지 가운데 있는 점만 공격하면 됩니다. 그러나 우측의 시스템을 망가트리려면 사실상 모든 노드를 다 붕괴시켜야 합니다.
이처럼 탈중앙화는 단일 실패 지점('이것만 망가트리면' 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중앙권력)이 없어서 전체 네트워크가 대단히 높은 안정성을 갖습니다. 상기 토렌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참여자 모두가 이용자(클라이언트)일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서버)도 될 수 있는 형태의 시스템입니다. 토렌트 시스템에서 어떤 파일에 대한 다운로드 제공을 영구적으로 멈추려면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노드에서 그 파일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해야 합니다.(합의) 단, 똑같은 파일이 수많은 노드에 복사되기 때문에 '다운로드 서비스 제공'이라는 전체적 측면에서는 공간이 낭비되는 것 또한 사실이며, 합의에 이르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처럼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에 비해 공간 효율이 나쁘며, 의사결정 또한 느립니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중앙 집중적 시스템에 비해 매우 높은 안정성, 신뢰성, 가용성을 갖는다는 가치를 지닙니다.(사실 네트워크가 공유하는 데이터의 정합성에 대해 해시함수로 검증하기 때문에, 흔히 '신뢰가 배제된' 시스템이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비트코인은 토렌트 이후 등장한 매우 성공적인 탈중앙화 시스템입니다. 비트코인이 왜 혁신적인 시스템이며 사용자에게 진정한 사유재산권을 보장해주는지 이해하려면 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에선 예금주들의 계좌 정보를 은행이 관리합니다. 누군가 은행의 데이터베이스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만 획득한다면 손쉽게 예금자들의 잔고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금융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은 이 제3자인 은행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은행에 돈을 예금하는 것은 흔히 생각하듯이 단순히 내 전용 금고에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금은 정확히는 은행이 내게 써주는 차용증입니다. 이 신뢰에 대한 보상으로 은행이 예금주(채권자)에게 이자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은행은 지급준비율이라는 시스템에 의거, 자신들이 보유하지도 않은 돈을 합법적으로 대출해줄 수 있으며(신용창출), 이는 금융위기나 해킹 등의 내/외부 요인으로 상황이 나빠지거나 출금수요가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날 경우 예금자들이 자신이 은행에 예금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증가시킵니다.
게다가
- 1회, 1일 등 특정 기간동안의 출금 한도가 존재함.
-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돈을 입금한 경우 유사시 그 한도를 초과하는 돈은 돌려받지 못할 수 있음.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비트코인은 제네시스 블록부터 현재의 블록까지 모든 비트코인 입출금 내역이 기록된 완전히 동일한 '블록체인'이라는 장부를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 참여자들이 복사해서 갖는 구조입니다. 거래가 발생하면 이런 거래들은 적절히 처리되어 새 블록에 기록되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에 동일하게 전파됩니다. 만약 악의적인 노드가 장부를 조작한 후 네트워크에 전파시키려 하면, 검증자들은 해시함수를 통해 이 사기를 알아채고 거부합니다.
이처럼 최종적으로 현재 어떤 계좌(공개 주소)에 얼마만큼의 잔고가 있어야 하는지를 토렌트처럼 전세계에 분산된 노드들이 보장해주기 때문에, 은행과 같은 단일 실패 지점을 가진 금융 시스템과 달리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를 마비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또한 비트코인은 신용이 배제된 시스템이므로 이자나 대출의 개념이 없으며, 자연히 레버리지로 인한 잠재적 리스크 역시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은행 예금은 출금이 불가능할 수 있는 위험을 지닌 차용 증서인 반면, 비트코인은 사용자들이 '실제로 소유'하고 언제든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진짜 돈입니다. 심지어 신용화폐와 달리 변경 불가능한 총 발행량을 지녔기에 장기적 가치저장수단으로서도 훨씬 낫다는 점은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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