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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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어디 저장되나요?
비트코인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실수로 버려서 다시 찾으려고 몇 년 째 쓰레기 매립지를 뒤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비트코인이 하드디스크같은 특정 장치에 저장된다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저장장치에 저장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하드디스크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분산된 수많은 노드들의 저장장치에 똑같이 복사되어 저장됩니다. 비트코인은 '어떤 주소에 얼마만큼의 잔고가 있는지'가 기록된 '블록체인'이라는 분산장부에 기록됩니다.(이해를 돕기 위해 잔고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기술적으로 엄밀히는 UTXO: Unspent Transaction Outputs라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으며, 주소별 잔고가 직접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당신의 은행 계좌에는 사실 당신의 현금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잔고가 숫자로 기록되어 있을 뿐인 것과 비슷합니다.
당신이 얼마만큼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지는, 전세계에 분산된 똑같은 장부의 카피본들에 기록되어 있습니다(full-node).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비트코인 지갑에 접근해서 사용(전송)할 수 있는 '개인키'만 갖고 있으면 됩니다. (e.g. 비트코인 코어의 경우 'wallet.dat'에 저장됩니다.)
이 키는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쓰는 비밀번호처럼 영문, 숫자 등을 조합하여 만든 문자열이며, 종이에 적어서 물리적 공간에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온라인 뱅킹을 위해 은행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면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이 개인키(비밀번호)만 알고 있다면, 당신은 전세계의 수많은 풀노드들에 동일하게 기록되어 보호되고 검증되며, 채굴자들의 엄청난 컴퓨팅파워로 불가역성이 보장되는 당신의 비트코인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 토렌트에서 수많은 사람이 시드를 유지하고 있는 유명한 파일들은 꽤 많은 사람들이 시드를 유지하기를 중단하더라도 계속 다운로드 가능한 것과 같습니다.
반면에 당신이 사용중인 은행의 경우, 불미스러운 일로 데이터베이스가 공격당하거나 내부자의 범죄로 당신의 잔고가 0으로 수정되는 일이 절대 발생할 수 없다고 보장할수는 없습니다. 분명 해킹이나 인재 등의 사유로, 무시할 수 없는 확률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서두에 언급된 쓰레기 매립지를 뒤지는 사람도, 어떻게든 개인키만 다시 찾을 수 있다면 비트코인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비트코인은 전세계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은행(공개주소)이며, 비밀번호(개인키)만 기억하고 있다면 어디서나 사용 가능합니다. 당신도 이 네트워크의 불변성과 신뢰성에 기여하기를 원하시나요? 비트코인 코어를 다운로드 받아 실행하여 커뮤니티에 기여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은 개인키를 그 형태 그대로 보관하기보다는, 개인키를 생성하는 표준 프로토콜로 제안된 BIP39에 따라 니모닉을 보관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12개 또는 24개의 영어 단어인데, 이것만 잘 보관하고 있다면 당신이 사용중인 하드웨어 월렛 회사가 망하거나 지갑을 잃어버리더라도 다른 지갑 소프트웨어에서 이 니모닉을 import하여 당신의 비트코인에 언제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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