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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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어디 활용될 수 있나요?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이 '돈'(분산장부) 이외의 영역에 사용되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케이스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돈 이외의 영역에 블록체인을 사용하려는 시도는 이더리움 출범 후 10년째 건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블록체인을 쓰는 유일한 이유가 확장성을 희생해서라도 탈중앙화를 구현하여 신뢰성과 가용성, 불변성을 얻기 위함이고, 돈 이외의 영역에서는 대개 높은 수준의 탈중앙화는 낭비이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같은 기록을 참여자들이 동일하게 갖고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용을 추가하는 비용이 비쌉니다. 새로운 기록이 제시되면, 기존의 장부에 이어져도 괜찮은 유효한 기록인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며, 검증된 내용은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가 공유하게 됩니다. 같은 데이터를 수많은 참여자들이 공유한다는 점과, 데이터를 추가하기 위해선 비싼 채굴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에 수시로 삽입, 수정, 삭제를 하는 연산에 비해 블록체인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똑같은 데이터를 많은 참여자가 공유하고, 검증된 데이터만 기록된다는 점 때문에 블록체인은 그 모든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됩니다. 악의적으로 내용을 변조하려 하는 참여자가 있어도, 다른 참여자들은 이 변조된 내용이 무효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거부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그 누구도 우리의 재산에 위변조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검증자가 많을수록, 기록들이 오염되지 않을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다시 말해, 더 탈중앙화되어 있을수록, 더 많은 참여자(노드)가 존재할수록 그 네트워크의 신뢰성은 높아집니다. 참여자가 많다(탈중앙화도가 높다) => 합의가 느리며 같은 기록을 많은 참여자가 갖고 있다 => 조작이 어렵다 참여자가 적다(탈중앙화도가 낮다) => 합의가 빠르며 같은 기록을 적은 참여자가 갖고 있다 => 조작이 쉽다 이처럼 효율성보다 데이터의 신뢰성이 훨씬 중요한 영역은 다름아닌 돈입니다. 돈은 인간의 생명력과 일이 응축된 정수(= Proof of Work)이기 때문에, 가장 윤리적이고, 믿을만하고, 불순한 동기에 의한 조작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단일 집단이 마음대로 찍어내거나 조작할수 없는 탈중앙화된 돈일수록 건전하며, 윤리적입니다. 애초에 비트코인이 출범한 이유가 국민의 '일'을 마구 찍어내는 부도덕한 레거시 금융에 대한 반대급부이며, 그 사실은 제네시스 블록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알트코인들은 본질적으로 이익 집단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미비한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하려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미등록 증권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돈'이 될 명분이 없으며, 비윤리적이며, 인류에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신용화폐와 동일합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돈'을 구현하려는게 아니라면 사용할 필요가 없는 기술이며, 대개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예를 들어, 알트코인 중 가장 큰 시가총액을 지닌 이더리움은 수시로 하드포크를 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며 계속해서 프로토콜이 변경되는데, 이는 이더리움이 상품이나 돈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업(증권)이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이더리움 토큰은 '돈'이 아니라 이더리움 파운데이션의 주식입니다. 이더리움은 PoS로 전환한 후 지분을 스테이킹하면 이자를 지급하고 있고, 더 많은 토큰을 스테이킹할수록 더 많은 토큰을 얻게 되는데, 이는 주식의 배당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욱이 엄청난 양의 사전 채굴된 토큰을 생각하면, 이는 화폐 주조권을 가진 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는 전형적인 Cantillon 효과의 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은 더 이상 이더리움의 컨센서스를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트윗), 이는 이더리움이 컨센서스 변경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기업(증권)임을 인정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가 이더리움이 점점 네모난 바퀴처럼 변해가고 있음을, 어쩌면 '애초에 안 될 일을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 느낀다는 방증일지도 모릅니다. NFT, DeFi 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것들이 결코 탈중앙화되어있지 않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줍니다.(ex: OpenSea, $LUNA...) 애초에 탈중앙화되어 있지 않고 소수의 의사결정으로 컨센서스가 변경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끌어오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정말 그들의 말대로 블록체인 / 토크노믹스 / DAO 등을 도입하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이 모든 화려한 말 뒤에 담긴 의도는 단지 하나, '빠르게 한 탕 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기를 돕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이더리움을 비롯한 플랫폼 코인들입니다. 블록체인의 유의미한 활용처는 비트코인 하나 뿐입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러했고, 아마 앞으로도 '돈'이 아닌 영역에서의 블록체인 킬러 앱은 나오지 않을 확률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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