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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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을 등기나 신원인증, NFT 등에 활용하는 것은 어떤가요? (오라클 문제)
블록체인은 불변의 기록입니다. 이 점에 착안해서 블록체인에 부동산 등기라든지, 홍채 정보 등을 수집하여 넣어 신원인증에 쓰려는 아이디어(ex: 월드코인) 등이 논의되곤 합니다.
이런 시도들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에 기록한 정보가 블록체인 외부 현실세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기 위한 권위를 가진 제3자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당신의 부동산 등기를 블록체인에 기록한다고 해서, 그 정보 자체가 당신이 정말 해당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당신의 등기를 다른 누군가가 훔쳐서 당신보다 먼저 블록체인에 기록했다고 그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정보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를 해석하여 당신의 소유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NFT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서로 다른 여러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에서 같은 디지털 저작물을 NFT로 등록하여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어떠합니까?
이를테면, 모나리자의 소유권을 가진 프랑스 정부가 이것을 NFT로 만들어 판매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들은 이 NFT를 이더리움에 구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약삭 빠른 일련의 사람들이 이 정보를 솔라나에 먼저 등록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러면 모나리자의 소유권은 솔라나에 먼저 NFT를 등록한 집단에 있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모나리자의 소유권은 프랑스 정부에 있으며, 그들이 이더리움에 제작한 토큰을 누군가가 구매하더라도 그 토큰의 소유주는 프랑스 정부가 인정해야지만 모나리자의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 세계의 등기나 점유물 등의 소유권에 대한 인증은 블록체인 자체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의해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는 블록체인이 그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 없다는 한계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기록된 계약 정보를 해석하려면 필연적으로 권위를 가진 제3자의 해석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를 오라클 문제라고 합니다.
결국 블록체인에 올라온 정보(UTXO) 그 자체로 외부의 해석 없이 점유물의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블록체인이 사용될 이유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중앙화된 서비스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즉 블록체인의 유일한 사용처는 소위 '스마트' 계약들이 아닌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돈 뿐입니다.
참고:
- 스마트 컨트랙트, 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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